2026년 10월 10일
Econix Research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9일(현지시간) 러시아산 경유의 판매·인도·하역과 미국 수입까지 허용하는 일반허가 135호를 냈다. 효력은 2027년 4월 7일 0시 1분(미 동부시간)까지이고, 러시아 중앙은행 등 정부 기관에 대한 금융 제재는 그대로 남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통화한 뒤 러시아가 30만t 이상을 즉시 공급하고 11월에 50만t, 그 직후 100만t을 보낸 뒤 정유시설 상태에 따라 300만t을 더 내놓기로 했다고 밝혔다. CNN은 11월까지 들어오는 물량이 약 600만배럴로 미국 경유 수요의 1.5일치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유사들이 10월 들어 홍콩·마카오 외 지역으로의 석유제품 수출을 멈추면서 아시아 경유 정제마진은 배럴당 75달러 안팎까지 올랐다. 러시아도 정유시설 가동률이 60% 안팎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정유사는 3월부터 경유 공급가 상한(현재 L당 1,773원)과 월별 수출 물량 상한(전년 동월의 100%)을 함께 적용받고 있다. 10월 첫째 주 주유소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43.3원이었다
미국 정부가 9일(현지시간) 러시아산 경유에 대한 제재를 2027년 4월 7일까지 풀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통화한 직후였고, 미국 경유 소매가가 사상 최고치 부근에 머무는 가운데 11월 중간선거를 한 달 앞둔 시점이었다. 발표 직후 미국 경유 선물 가격은 내렸지만 발표된 물량은 11월까지 미국 수요의 1.5일치에 그쳐, 미국 주유소 가격을 바로 끌어내리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이번 조치는 한국과 두 갈래로 이어진다. 하나는 같은 주에 불거진 한국발 석유제품의 러시아행 논란이다. 미국이 러시아산 경유 거래를 허용하는 동안, 한국 정부는 울산·여수에서 실린 경유가 러시아 극동으로 갔다는 보도를 두고 운항 경로를 조사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아시아 경유 공급이다. 중국이 수출을 멈추고 아시아 경유 마진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러시아 물량과 미국의 경유 수출 금지 논의가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국내 정유사의 수출 여건과 정부의 최고가격제 부담이 달라진다.
OFAC가 낸 일반허가 135호는 러시아 제재 규정이 금지하던 러시아산 경유의 판매·인도·하역·수입 거래를 한꺼번에 허용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경유 제재를 30일 넘게 완화한 허가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다만 러시아 중앙은행·국부펀드·재무부가 미국 금융기관에 가진 계좌에서 돈을 빼는 거래는 허용하지 않았고, 일반허가는 정부가 언제든 고치거나 거둬들일 수 있어 기업들이 만료일까지 조건이 유지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의 대러 제재는 그대로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공급 일정은 30만t 이상 즉시, 11월 50만t, 그 직후 100만t이고, 이후 러시아 정유시설 상태에 따라 300만t이 추가된다. 발표대로라면 모두 480만t을 웃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정유시설 가동률이 60% 안팎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물량이 계획대로 나올지는 불확실하다. 피커링 에너지 파트너스의 댄 피커링은 공급 증가 폭이 5~6% 선에 그칠 수 있다고 봤고, 에너지정책연구재단의 마이클 린치는 기존 구매자들이 다른 공급처를 찾아야 하는 만큼 가격은 현재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발표 직후 강하게 반발했고, 미국 민주당 상원 지도부도 이번 결정을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러시아 제재를 강화하는 법에 서명했는데, 한 달 만에 경유만 따로 떼어 제재를 풀었다.
미국자동차협회(AAA) 집계로 미국 경유 평균 소매가는 9월 22일 갤런당 6.52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고, 이후에도 6달러대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 차질과 러시아의 경유 수출 제한이 겹친 결과로, 중간선거를 앞두고 농업 지역 공화당 의원들은 미국산 경유의 수출을 막아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해왔다. 트럼프 대통령도 9월 27일 경유 수출 금지를 매우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산 경유가 해외로 나가지 못하면 그만큼 다른 시장의 공급이 줄어들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경유 매출 비중이 높은 한국 정유사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러시아 물량이 실제로 들어오면 이 압력이 줄어드는 만큼, 이번 합의는 미국 국내 가격보다 미국의 수출 금지 가능성을 낮추는 쪽으로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
같은 날 국제유가는 소폭 올랐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물은 0.39% 오른 배럴당 91.85달러, 브렌트유 12월물은 0.42% 오른 104.72달러로 마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전에는 이란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밝혀 장 초반 유가가 내렸지만, 멕시코만으로 다가오는 허리케인 탓에 이 지역 원유 생산의 72%인 하루 150만배럴이 멈춰 상승으로 마감했다.
아시아 경유 시장은 10월 초 중국 정유사들이 홍콩·마카오 외 지역으로의 석유제품 수출을 멈추면서 크게 흔들렸다. 중국 당국이 공식적으로 수출을 금지한 것은 아니지만 수출 허가를 내주지 않는 방식으로 사실상 막았고, 발표 당일 싱가포르 경유 가격은 3.1% 올랐다. 아시아 경유 정제마진은 배럴당 75달러 안팎까지 뛰었다.
러시아산 경유가 미국과 세계 시장으로 다시 풀리면 미국·유럽의 부족분 일부를 러시아가 채울 수 있다. 다만 발표 물량 자체가 크지 않고 실제 선적 일정도 공개되지 않아, 아시아 경유 마진이 바로 내려갈지는 중국의 수출 재개 여부에 더 크게 달려 있다.
국내 정유사는 아시아 경유 마진이 높아도 그 이익을 다 가져가지 못한다. 정부는 3월 석유 최고가격제를 도입하면서 휘발유·경유·등유의 월별 수출 물량을 전년 동월의 100% 이하로 묶었고,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경유 가격도 10차 최고가격 기준 L당 1,773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경유 가격이 지금보다 L당 350원 이상 높았을 것으로 추산했다. 10월 첫째 주 전국 주유소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43.3원으로 21주 연속 내렸다.
정유업계는 물량이 남는다며 수출 제한을 풀어달라고 요구해왔지만, 산업통상부는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며 비상조치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이 경유 수출을 막으면 아시아 가격이 더 오르고 국내 공급가 상한과의 차이도 벌어지기 때문에, 정부가 수출 제한을 풀기 어려운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난 상태였다. 러시아 물량으로 미국의 수출 금지 가능성이 낮아지고 중국까지 수출을 재개하면 국제 경유 가격과 최고가격 사이의 차이가 줄어 정부의 손실 보전 부담이 가벼워질 수 있는 반면, 정유사는 수출 제한에 묶인 채 마진 하락을 맞게 된다.
영국 가디언은 7~8월 유조선 7척이 울산·여수 등 한국 항구에서 14차례에 걸쳐 17만6,000t 이상의 석유제품을 싣고 블라디보스토크 등 러시아 극동으로 옮겼다고 보도했다. 대부분이 러시아에서 가장 부족했던 경유였고, 이 가운데 3척은 영국·EU의 제재 대상 선박이었으며 일부는 출항 때 목적지를 일본 등 제3국으로 적었다.
외교부·산업통상부·관세청은 공동 자료에서 경유와 항공유 등 석유 정제제품은 한국의 대러 수출통제 품목이 아니고, 공식 통관을 거쳐 러시아로 직접 수출된 기록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지목된 선박의 실제 운항 경로와 신고서상 목적국이 다른지 추가로 확인해, 위반이 드러나면 법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의 제재 담당 보좌관은 이 보도를 공유하며 한국을 비판했다.
미국이 러시아산 경유를 6개월 동안 합법적으로 사고팔 수 있게 하면서, 경유를 둘러싼 제재의 기준은 미국과 영국·EU 사이에서 갈렸다. 한국은 경유를 수출통제 품목에 넣지 않았지만, 제재 대상 선박이 한국 항구를 거쳐 갔다는 사실은 영국·EU 제재와 맞닿아 있다. 정부 조사 결과가 어느 쪽 기준에 맞춰 나오느냐에 따라 한국 항만과 석유제품 거래 관행에 대한 점검 범위가 정해질 수 있다.
크렘린궁은 구체적인 공급 시기와 물량을 밝히지 않았다. 정유시설 가동률이 60% 안팎인 상태에서 11월 50만t까지 계획대로 나가는지가 미국의 수출 금지 논의를 잠재울 수 있는지를 가른다
10월 아시아 경유 마진을 끌어올린 직접적인 계기는 중국의 수출 중단이었다. 중국 정유사들이 국경절 연휴 이후 수출을 다시 열면 배럴당 75달러 안팎의 마진이 빠르게 내려갈 수 있다
9월 19일부터 4주간 적용된 10차 최고가격(경유 L당 1,773원)이 이달 중순 끝난다. 세 번 연속 동결이 네 번째로 이어지는지, 수출 물량 상한에도 손을 대는지가 정유사 4분기 실적을 가른다
정부는 지목된 선박의 운항 경로와 신고 목적국을 확인하고 있다. 목적지 허위 신고가 드러나면 수출 신고 절차와 항만 점검이 강화될 수 있다
| 트럼프 대통령 발표 공급 일정 | 물량 |
|---|---|
| 즉시 | 30만t 이상 |
| 11월 | 50만t |
| 그 직후 | 100만t |
| 이후 (정유시설 상태에 따라) | 300만t |
| 합계 | 480만t 이상 |
| 일반허가 135호 | 내용 |
|---|---|
| 발급 | 2026년 10월 9일,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 |
| 허용 범위 | 러시아산 경유의 판매·인도·하역·미국 수입 |
| 효력 | 2027년 4월 7일 0시 1분(미 동부시간)까지 |
| 제외 | 러시아 중앙은행·국부펀드·재무부의 미국 내 계좌 인출 |
| 영국·EU | 기존 대러 제재 유지 |
| 국내 석유제품 규제 | 내용 |
|---|---|
| 석유 최고가격제 | 2026년 3월 시작, 4주 단위 고시. 10차(9월 19일부터 4주) 휘발유 L당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 |
| 수출 물량 제한 | 휘발유·경유·등유 월별 수출을 전년 동월의 100% 이하로 제한. 항공유는 대상 아님 |
| 10월 첫째 주 주유소 평균 | 휘발유 1,857.6원, 경유 1,843.3원 (21주 연속 하락) |
| 용어 | 뜻 |
|---|---|
| 일반허가(General License) | 제재 규정이 금지한 거래 가운데 특정 범주를 개별 신청 없이 허용하는 OFAC의 허가. 정부가 수정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 |
| 정제마진 |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을 뺀 값. 정유사 수익성의 기준이 된다 |
| 석유 최고가격제 | 정부가 정유사가 주유소 등에 공급하는 휘발유·경유·등유 가격의 상한을 정하고, 상한을 넘는 손실을 보전하는 제도 |
목차